“한국의 도움으로 한발 한발 승리의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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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61241&code=23111111&cp=nv


문디아나 비탈리오나(18)씨의 고향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다. 지난 2월 러시아 침공 후 4개월간 고향을 지켰지만 더 버티기 어려웠다. 그는 “2주간 방공호에 있을 때도 어려움은 없었고 방공호에서 나온 뒤엔 포격 소리만 들렸다”며 “우리 집 바로 옆에 로켓포가 떨어지는 걸 보고 피란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폴란드로 피란했다가 지난 19일 한국에 들어왔다. 2011년 돌아가신 아버지가 고려인인 덕에 한국행 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8월 24일을 맞았다. 이날은 러시아 침공 6개월째 되는 날이고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해 31번째 맞는 독립기념일이다.

비탈리오나씨는 27일 경기도 안산 신안산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재한 우크라이나 공동체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국제개발협력 기독 NGO인 글로벌호프,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과 우크라이나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선 전쟁을 피해 한국에 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고향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비탈리오나씨는 “한국은 오고 싶은 나라였지만 이렇게 올 줄 몰랐다. 폭격 소리도 없고 어린 동생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5년 전 한국에 온 작은고모 집에 머물고 있다. 봉제 공장에도 취업했다. 방 두 개짜리 집에는 그의 형제들과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그들을 돌봐준 큰고모 가족 등 13명이 묵고 있다. 비탈리오나씨 큰오빠는 자포리자에 남았다. 18세에서 60세 사이 우크라이나 남성은 국경을 벗어나는 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비탈리오나씨에게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기도’라고 했다. 그는 “이미 한국인들이 잘해 주고 있는데 원하는 게 더 있다면 욕심”이라며 “힘들 때마다 교회에서 기도했는데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온 지 20년 넘은 마트비옌코 콘스탄틴(47)씨는 오랜만에 고향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다. 키이우 국립음악원 출신인 그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트럼펫 주자이자 경기도 부천 승현교회 음악전도사다. 콘스탄틴씨는 “상황이 어려운데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아프고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고 기도해 줬으면 한다”고 말한 뒤 ‘주만 바라볼지라’를 연주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도 “한국의 도움이 크다. 그 도움을 통해 한 발, 한 발 승리의 길로 갈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이날 별도로 진행된 부대행사에서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재건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이야기했고 조병완 한양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 등 IT기술로 우크라이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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